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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돌담 (유네스코 농업유산, 흑룡만리, 밭담 쌓기)

by 한국문화 이야기 2026. 2. 6.

제주도를 여행하다 보면 검은 현무암으로 쌓아 올린 돌담이 끝없이 이어지는 풍경을 만나게 됩니다. 이 돌담은 단순한 경계의 의미를 넘어 제주도민의 삶과 지혜가 응축된 문화유산입니다. 화산섬이라는 자연환경과 강한 바람이라는 기후 조건 속에서 탄생한 제주도 돌담은 2014년 유네스코 세계 중요 농업유산으로 등재되며 그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집담, 밭담, 산담, 원담에 이르기까지 제주 사람들의 태어남과 죽음을 함께한 돌담 문화의 의미를 살펴보겠습니다.

제주도 돌담

유네스코 농업유산으로 인정받은 제주 돌담의 가치

제주도 돌담은 2014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로부터 세계 중요 농업유산으로 지정되며 국제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이는 단순히 오래된 구조물이라는 이유가 아니라, 척박한 화산섬 환경에서 지속 가능한 농업을 가능하게 한 인류의 지혜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김상헌이 기록했듯 '땅은 돌이 많아 흙은 몇 치만이 덮여있는' 제주도에서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밭을 일구며 나오는 수많은 돌을 처리해야 했습니다. 제주 사람들은 이 돌을 버리지 않고 밭의 경계를 표시하고 바람을 막는 담으로 활용했습니다.

특히 제주 돌담의 구조적 특징은 세계 어느 곳과도 다른 독창성을 보여줍니다. 흙이나 시멘트 같은 접착제 없이 현무암을 맞물려 쌓아 올리되, 의도적으로 틈새를 남겨 바람이 통과하도록 설계했습니다. 이형상이 '섬 주위가 온통 뾰죡뾰족하고 괴상한 돌로 되어있다'고 표현했던 현무암의 불규칙한 형태를 오히려 장점으로 활용한 것입니다. 이러한 '숭숭 뚫린' 구조 덕분에 제주의 강한 바람과 태풍에도 무너지지 않는 튼튼함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바람을 막는 것이 아니라 통과시킴으로써 바람의 힘을 분산시키는 이 지혜는 자연과 싸우지 않고 공존하는 제주 사람들의 철학을 보여줍니다. 고려시대 1234년경 판관 김구가 밭의 경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 돌담 쌓기를 시작했다는 기록은 이 문화가 약 800년 가까이 이어져 왔음을 증명합니다.

흑룡만리, 끝없이 이어지는 제주 돌담의 장관

제주도 돌담은 '흑룡만리(黑龍萬里)'라는 별칭으로 불립니다. 중국의 만리장성을 황룡만리라 부르는 것처럼,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총연장 9,700리의 제주도 만리잣담을 일컫는 명칭입니다. 검은 현무암으로 쌓인 돌담이 산과 들을 가로지르며 검은 용처럼 구불구불 이어지는 모습은 제주도만의 독특한 경관을 만들어냅니다. 이는 제주도가 삼다(三多) 중 하나인 '돌이 많은 섬'임을 증명하는 동시에, 제주 사람들이 돌과 함께 살아온 역사를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제주도의 돌담은 용도에 따라 여러 이름으로 불립니다. 밭의 경계를 표시하고 화산토가 바람에 날아가는 것을 방지하며 소와 말의 침입을 막는 밭담, 집 주변이나 올레(집으로 들어가는 길)를 둘러싼 집담(올렛담), 무덤 주위를 바람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쌓은 산담, 중산간 지역 공동 목장의 경계를 표시하는 잣성, 그리고 해안가에서 밀물 때 들어온 물고기를 썰물 때 잡기 위해 쌓은 원담(갯담)까지 다양합니다. 심지어 살림집에는 처마 끝과 돌담의 위가 맞붙게 만들어 바람이 들어설 틈을 주지 않았으며, 해녀들이 옷을 갈아입고 쉬는 공간과 마을의 신당을 모신 성스러운 공간에도 돌담을 쌓았습니다.

이처럼 제주도민에게 돌담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한시도 눈길에서 놓을 수 없는 공간입니다. 태어날 때는 돌 구들 위에서 태어나고, 죽어서는 산담에 둘러싸인 작지왓(자갈밭)의 묘 속에 묻히는 '돌에서 왔다가 돌로 돌아가는' 삶을 살아왔습니다. 사는 집의 벽체가 돌이며, 울타리와 올래, 수시로 밟고 다니는 잇돌(디딤돌)이 모두 돌입니다. 산길은 물론 밭길, 심지어 어장길도 모두 돌길이기에 제주 사람들은 짚신 대신 질긴 칡신을 만들어 신었습니다.

밭담 쌓기 방식과 문화관광자원으로의 가능성

제주 돌담을 쌓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됩니다. 가장 보편적인 방식인 '외담'은 적당한 크기의 돌을 한 줄로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방법입니다. '잣굽담'은 잔돌을 먼저 깔고 그 위에 큰 돌을 올려 안정성을 높인 방식이며, '배캐담'은 두 줄로 쌓아 올려 가장 튼튼하게 만드는 방법입니다. 이러한 쌓기 방식은 지역과 용도, 그리고 쌓는 사람의 경험에 따라 다양하게 변형되어 왔으며, 각각의 담마다 쌓은 이의 손길과 개성이 담겨 있습니다.

그동안 제주도 돌담의 미학적 관점에 관해서는 무관심했으며 관광 문화적 가치에 관해서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제주도의 돌담은 자연과 인공이 빚어낸 무한한 가치와 미학적인 아름다움으로 '재발견'되고 있습니다. 밭담은 어느 나라나 있으며 한반도의 다른 곳에도 있지만, 전 지역이 전일적으로 돌담으로 이루어진 곳은 제주도가 유별납니다. 강원도와 같은 밭농사지대도 경계를 돌로 하는 경우가 있지만 논두렁 규모에 지나지 않는 반면, 제주도의 돌담은 말의 침범을 막고 바람으로부터 화산토가 날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대단히 높게 쌓는다는 점에서 차별화됩니다.

이제 제주도 돌담을 문화관광자원으로 적극 활용해야 할 시점입니다. 제주도의 어민들이 즐겨 세웠던 바닷가의 갯담(원담)은 고기잡이 체험어장으로서의 효과가 있으며 그 자체로 경관적 가치가 뛰어납니다. 아름다운 돌담들이 빚어내는 자연의 풍광을 제대로 평가하고, 아름다운 제주도의 돌담길을 100여 개쯤 선정하여 걷는 것만으로도 풍부한 상상력과 문화적 경험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돌담을 문화재로 지정함으로써 미처 몰랐던 돌담의 가치를 재확인하고 이를 지속 가능한 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해야 합니다.

제주도 돌담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제주도민의 정신과 생활의 구심점이자, 자연적 질서에서 배태된 소재를 가지고 지극히 작은 부분의 인공을 가미하여 구성한 제주도 풍경의 핵심입니다. 건축적 미감으로, 삶 그 자체의 현실로, 그리고 문화적 자산으로서 제주도 돌담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보존하며 활용하는 노력이 계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돌하르방에서 말방애, 물허벅에 이르기까지 돌로 만든 생활도구와 함께 제주 문화의 원류를 이루는 돌담은, 앞으로도 제주의 정체성을 지키는 소중한 유산으로 남을 것입니다.


[출처]
전통문화포털: https://www.kculture.or.kr/brd/board/219/L/menu/457?brdType=R&thisPage=1&bbIdx=8358&rootCate=519&searchField=titlecontent&searchText=&searchCategory1=&searchCategory5=510&recordCnt=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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